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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영화]감상하기

황해, 영화관으로 건너간 모두가 너를 쫓는다.

by 메칸더방구뿡 2011. 1. 1.












'추격자'
나홍진 감독, 하정우 그리고 김윤석이 다시 뭉쳤다. '황해'

<스포성 충분히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1. 택시 기사,
 어디든 가주세요.

영화에서 감독을 제외하고 배우만으로도 영화의 매력과 포스를 느낄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황해'의 김윤석, 하정우, 그들이 그렇다. 나홍진 감독이 극찬을 하며 손끝까지도 연기를 한다는 김윤석, 그가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능력은 연기 그 이상의 삶이 묻어 있다. 그들의 얼굴에 비춰지는 삶 그리고 들리는 감정의 소리 하나하나는 보는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파고들기 충분했다.



빚더미를 안고 택시기사를 하며 살아가는 구남(하정우), 하루하루 마작과 도박으로 살아가며 별 의미없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빚을 갚고 도망간 아내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연변에서 개장수를 하며 큰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면가(김윤석)가 구남의 깡따구를 보고 한국에 한 명을 죽이라고 오라는 제안.




구남이 한국으로 배를 타고 몰래 들어오는 장면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배에 실린 물건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숨어 한국으로 몰래 들어오는 그들. 태어나는 장소, 나라, 시간이 다르다고 해서 삶이 저렇게 달라질수가 있는 것인가. 무엇이 그들을 건너게 하고 죽음까지 각오하고 한국으로 들어오게 만들고 있는것일까. 결국 본질적인 이유는 물질이다. 돈. 그놈의 돈.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그들은 돈이 필요하다.



한국에 도착해 살인을 계획하며 자신의 아내또한 찾아가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자신이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구남이는 누명을 쓴다. 거기에 면사장과 연락도, 약속했던 돈도 들어오지 않으며 구남은 한국에서의 외로운 도망자의 삶을 시작한다. 






2.
황해, 살인자 같은 영화

분명 감독이 관객에게 불편함을 주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잔인함으로 부터 시작해서 확실하지 않은 결말과 그 이외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 친절한 감독님은 아닌것 같습니다. 마치 영화안에서 비춰지는 인물들의 삶이 불확실한것 처럼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와 흐름역시 불확실하고 위태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와는 반대로 영화의 색은 더 명확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구질구질한 인생. 사람하나 죽는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그들 가운데 사람하나 죽이는거에 모든것을 걸고 사람 하나 찾는거에 자신의 희망을 걸고 있는 구남. 그가 산속을 도망가다 우는 모습은 전부 미친 개들같은 세상과 사람들 가운데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비춰보입니다. 2010년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며 2011년의 시작까지 장악해버린 영화 '황해' 분명 잔인하기만한 영화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중에 보지 않는 한 부분을 영화적인 힘으로 지긋이 누르며 세상과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는 영화같습니다.



3. 조선족, 나홍진 감독님 인터뷰어

 너무나 많은 결말 해석과 궁금증으로 많은분들이 황해의 숨은 이야기들을 궁금해하시더군요. 하정우의 죽음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결말까지.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너무나 훌륭하 리뷰들과 정확한 결말을 적어주신 분들이 많이 있어서 그것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것 대신 나홍진 감독님의 인터뷰를 통해서 몇가지 의도했던 말을 옮겨 놓겠습니다.

인터뷰어

질문 : 상영은 2시간 37분 버전인데 3시간 30분짜리 감독 버전이 따로 있다는 소리도 있던데.

▶지금 상영 버전이 최종 버전이다. 3시간 30분은 가편집본이고. 감독 버전이라고 따로 하기에는 그만한 분량이 없다. 처음 찍을 때부터 지금 분량을 염두에 뒀다.

질문 : 260신이 넘는 시나리오에 촬영도 170회차가 넘었는데.

▶지금 버전이 최종 버전이란 건 찍은 분량이 없다는 게 아니다. 이 이야기에 맞는 편집본이 이게 최선이란 소리다. 이야기에서 모호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예컨대 구남의 처로 보이는 여자 얼굴을 위에서 찍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장면도 있다. 또 교수 부인과 태원(조성하) 불륜녀 옷이 같다는 것도 더 확실하게 보여주도록 찍은 장면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아차리는 분들만 알도록 더 모호하게 가도록 보여주고 싶었다.

질문 :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영화를 네 단락으로 나누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인가.

▶그렇다. 각 단락마다 기차가 가고 있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기차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아서 포기했다.

질문 : 앞에 두 번째 단락까진 구남(하정우)의 시점으로 영화가 흘러가다가 세 번째 단락부터 시점이 면가(김윤석) 등의 시점이 혼재된다. 그러면서 인물에 대한 몰입이 줄어들고 멀리서 지켜보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추격자'보다 몰입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는데.

▶이런 구성으로 영화를 끝내고 싶었다. 누가 날 죽이려 쫓아다니면 누가 죽일지 그런 시선으로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남 시점으로만 찍었으면 영화가 더 짧아졌을 것이다. 시점이 바뀌는 것은 우연도 있고 의도도 있다. 클로즈업을 할 때 핸드핼드로 흔들리게 찍다보니 망원이 필요했고 그러다보니 멀게 찍게 되면서 더 거리감이 느껴지게 됐다. 의도는 질문한 것처럼 지켜보게 만들고 싶었다.

질문 : 구남이 아내를 찾는 게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었는데 아내가 죽었다고 믿게 되면서 자신에게 살인을 의뢰한 사람을 찾는 것으로 바뀐다. 쭉 뻗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그렇게 잘라버린 이유가 있다면.

▶결국 모호함 때문이다. 구남이 아내가 죽었다고 믿어야 이 사람이 오판하게 되고 오판을 하게 된 게 4막으로 가는 이유기 때문이다. 끝까지 모호함을 주고 싶었다.

질문 : 그러다보니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는데.

▶글쎄 찾으려고 애쓰지 않으면 불친절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 같다. 네 단락으로 나눈 데다 각 장마다 제목까지 쓰지 않았나.(웃음)

질문 : 복수에 매료된 것도 아니고 살인에 탐닉한 것도 아닌데 그런 세계를 그린다. 특히 여성관은 내심 궁금한데.

▶무언가를 쫓아다니지 않고 이야기가 나를 쫓아오는 것 같다. '황해'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가 아랍 사람이 밥 먹는 것을 보고 떠올렸다. 그 이미지랄까? 그냥 불안정함, 불안함, 도시의 차가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질문 : 왜 서해가 아니라 황해인가.

▶취재를 하러 바다를 건너면서 배 위에 오래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제목이 떠오른 것 같다. 혼탁한 느낌.

질문 : 동시대 한국 이야기라기보다 동시대 어디에 놓아도 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다. 조선족이 아니라 멕시칸 갱이 미국에 불법으로 넘어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그만큼 장르적이란 뜻인데.

▶말한 것처럼 아랍 친구를 보고 떠올린 이야기다. 굳이 조선족일 필요는 없다. 이런 장르로 은유한 것일 뿐. 조선족 취재를 하면서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순수함이랄까, 면가 역시 순수한 폭력 아닌가.

질문 : 면가가 휘두른 뼈다귀 종류에 대한 궁금증도 일던데.

▶소 뼈다귀다. 돼지 다리뼈는 짧다. 면가가 소뼈다귀로 사람을 때려 죽이는 장면은 이 사람의 순수하고 원초적인 폭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뼈다귀를 무기로 사용하도록 했다.

질문 : 뼈를 휘두르는 장면은 '올드보이'의 장도리를 연상시키기도 하던데. '살인의 추억'이나 '대부'를 연상시키는 장면도 있고.

▶그런 영화들에 어마어마하게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오마주는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표현했을 수도 있다.

질문 : 카체이싱도 훌륭했지만 음악이야말로 대단하던데.

▶장영규 음악감독님이 정말 대단하시다. 사실 내가 음악을 입힌 영화를 본 게 기자시사회와 큰 차이가 없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는데 내 생각과는 다르나 그것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셨다. 음악이 살인을 이끌지 않나.

질문 : 카체이싱 장면은 자동차들이 사람처럼 치고받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했는데.

▶자동차들이 면가와 구남, 캐릭터 그 자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처럼 자동차 역시 누가 누굴 죽이려 드는 게 느껴지도록 했다.

질문 : 1년 여 동안 촬영이 이뤄지면서 감독이 독재자라는 둥 별의별 소문이 떠돌았다. 긴 시간을 그런 소문들 속에서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내 눈 앞에 자동차가 날라다니는 데 그런 데 신경쓸 틈이 없지 않나. 그냥 어느 순간부터 차라리 재미있었다. 빨리 완성하고 빨리 붙여서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에.

질문 : 잔혹한 이야기를 1년 가까이 계속 한다면 쇠심줄도 버티기 힘들텐데.

▶그래서 쉴 때는 밝은 걸 찾았다. 코미디를 계속 보고. 요즘도 달달한 것을 입에 달고 산다.

질문 : 각 단락마다 색 보정도 다르다. 뿌옇다가 점점 어둠이 짙어지는데.

▶점점 차가움이 표시됐으면 했다. 영화가 시작할 때 온도와 끝날 때 온도를 재보면 얼마나 낮아졌을까,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과연 이 도시가 이 사람에게만 차갑나, 아니면 모두에게 차갑나,를 묻고 싶었다.

질문 :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추격자'는 밸런타인데이에, '황해'는 크리스마스에 개봉했는데.

▶죄송할 뿐이다. '추격자' 때 하도 궁금해서 극장에 갔더니 어떤 여자 관객이 '미친 새끼 아냐'라고 하시더라.(웃음)

질문 : 소포모어 징크스가 불안하지 않았나.

▶다른 게 불안한 게 아니라 기대를 많이 하고 영화를 보면 재미가 없을까 불안했다.

질문 : 개병이 돈다는 내레이션부터 '택시운전사' '살인자' '조선족' '황해'까지 길잡이를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데.

▶그러니깐 친절한 영화라니깐.(웃음) 이 영화는 편집과정에서 선택의 폭이 무척 넓었다. 하정우 시점으로 죄다 편집할 수도 있고. 엔딩에 논란이 필요했던 것도 같고. 뭐 마지막 단락 제목은 김윤석 선배가 동방불패가 어떠냐고 하더라.

질문 : '추격자' 할리우드 리메이크 우선 감독권을 갖고 있는데 미국에 가나.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 아직도 '황해' 한가운데니깐. 그래도 내가 멜로영화를 찍을 건 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