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제향날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올려진 연극 제향날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제향날은 국립극단의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을 위한 프로젝트로 제작 된 공연입니다. 이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예술인들과 관객들에게 국립극단만이 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1930년대를 시작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당시의 시대, 한 가족과 인간의 모습을 비춰보입니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하루 조용할 날 없었던 그 시절. 우리의 아버지, 남편, 아들은 왜 그렇게 싸우고 투쟁하며 살아야만 했을까, 또한 우리들의 어머니, 아내는 이유없는 고통을 받으며 그들을 잃어가야 했을까. 이 상황 속에서도 운명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한 할머니가 외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공연이 시작되며면 끝날때까지 밤을 까며 이야기하는 할머니와 외손주는 해설자가 되어 과거와 현재를 시간여행하듯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갑니다. 실제 그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눈앞에서 바라보는 연기를 하며 그 속에 공존하는 화자로 존재합니다. 묵묵히 밤을 까며 이 가슴아픈 이야기를 하고 듣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민족이 견디고 살아냈던 모습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용훈연출님만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숨가쁘게 장면들이 펼쳐지며 수많은 질문들을 만들어냅니다. 연극적인 동선활용과 배우들의 좋은 앙상블로 공연은 85분가량의 시간을 쉴틈없이 몰아칩니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하지만 시작부터 과거로 들어가기 전까지 할머니와 손주의 만남, 할머니의 이야기는 길게 느껴지며 저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리스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어떤 의미로 작품에 등장하는지 이해는 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웃음을 던지며 이미 프로메테우스의 역할의 무게감이 떨어진 가운데 갑자기 진지하게 장면을 연출해 재등장을 시키지만 관객들은 역시나 웃음을 터트립니다. 심지어 마지막 메세지를 던지는 순간, 커튼콜 순간까지도 관객들은 프로메테우스 역할의 등장에 웃음을 터트립니다. 과연 이것이 연출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던지는 메세지를 흐리를 수 있는 복병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등장하는 손자 상인역 배우의 어색한 연기력도 이 작품의 뒷심을 더 조마조마하게 하는 요소로 다가왔습니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사실 이런 연극은 놓치지기 싫은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수많은 공연들이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진짜 연극을 만난다는 것은 관객입장에서 가슴떨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쉬움은 주관적인 취향일뿐 객관적인 시선이 아닙니다. 이렇게 진지하고 깊은 고민과 연습으로 이시대에 필요한 메세지로 다시 질문을 던진 연극 제향날 제작진과 배우들에게 진심으로 박수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by 메칸더방구뿡 2017. 10. 31. 13:22